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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1990년대부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의 부흥은 급기야 1997년에 이르러 대만을 중심으로 ‘한류’라는 범주로 현실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러 ‘한류’는 한국적 대중문화라는 영역으로 고유명사화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류는 연예계와 관련된 오락 문화로 기울어져 가면서 이에 대한 비판까지 제기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문화 현상에서 대부분의 ‘특칭화’가 그렇듯이 범위가 제한적이면 그 안에서 확대 재생산이 어려운 폐쇄성이 생겨나고, 그것은 문화의 왜곡으로 치닫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본질적인 관점에서 한국 문화가 가진 보편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70년대, 80년대 홍콩문화와 일본문화가 결국 생명력을 잃고 사그라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암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쇠락에는 그들 문화의 특수성 저변에 깔려 있는 보편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문화를 보편성과 특수성으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지만, 세계인들이 한류라고 하는 제한적인 범주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넓고 깊은 한국문화의 보편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만 그 가치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듯이 문화에서 ‘고유성’을 주장하는 것은 근대국가 이후에 생겨난 개념이라고 봅니다. 역사의 ‘공진화(共進化)’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류는 보편적인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고립되어 생활하면서 생겨난 특수성도 그 보편성의 토대 위에서 생겨난 생태적 소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K-Culture』는 이러한 생각의 공유에서 탄생 되었습니다. K-Culture라고 명명한 이유는, ‘한류’라고 하는 ‘특칭성’에서 벗어나 ‘한국문화의 총칭성’을 찾아내자는 의도입니다. 한국 문화가 세계 속에서 탄탄하게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에서 합리성, 도덕성, 공정성, 포용성, 자유 지향성, 미적 추구 등과 같은 ‘인류 세계의 보편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이 학술지를 처음부터 ‘International’이라는 공간으로 확장한 것도 전 세계인이 지닌 보편적 가치에 한국 문화가 손을 잡아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K-Culture 융합연구학회’는 문화가 지닌 깊고 넓은 보편성이라는 기저와 시대와 공간이라는 환경으로 생겨난 특수성이 어떻게 버무려져 오늘날의 한국 문화를 이루게 되었는지를 숙고할 수 있는 무한한 광장으로 넓혀 나가겠습니다. 언어와 문학, 역사의 관점만이 아니라 문화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의 시각에서 문화적 현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이것이 우리 학회가 ‘융합 연구’를 내세운 이유입니다.

K-Culture 융합연구학회 회장 이찬규